중앙일보] 지난달 21일이었다. 서울 코엑스 메가웹 스테이션에서 온게임넷 4강전을 치렀다. 상대는 POS팀의 프로토스 유저 박지호 선수.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무서운 게이머다. 그는 8강에서 지난 시즌 준우승자를 2대1로 눌렀다. 나는 대 프로토스전을 준비했다. 팀 내 프로토스 유저들과 밤을 새우며 토론과 실전 훈련을 거듭했다. 드디어 첫 경기. 엄청난 관중이 경기장을 메웠다. 경기 맵은 '815'였다. 초.중반은 내 의도대로 풀렸다.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. 그러자 나는 조급해졌다.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었다. 서두르는 기색이 보이자 상대는 내 공격을 척척 막아냈다.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은 불안함으로 변했다. 결국 나는 첫 경기를 잃었다. 두 번째 경기. 속으로 다짐했다. "첫 번째 경기를 잊자, 잊자." 그러나 초반에 술술 풀리던 경기는 중반에 딱 막혀버렸다. 입구를 틀어막은 내 전술에 상대는 옵서버를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. 그러나 박 선수는 셔틀과 리버로 내 본진을 때렸다. 아군은 엄청난 피해를 보았고, 나는 결국 손을 들었다.